주식 투자가 어려운 이유 : 전망 이론, 손실 회피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3978435697


주식 투자는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 심리의 반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쌀때 사서 비쌀때 팔기만 하면 되는 쉬운걸 왜 못할까요?

오늘은 손실 회피 심리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분은 다니엘 카너먼이라는 심리학자, 경제학자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분입니다. (2024년에 향년 90세로 별세하셨습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창시했고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이 유명합니다.

다니엘 카너먼은 1979년에 전망 이론(prospect theory)를 발표했습니다. 이 이론은 다니엘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같이 했는데, 아모스 트버스키는 아쉽게도 1996년에 사망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전망 이론이란 인간이 위험을 수반하는 대안들 간에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해서 손실 회피 성향을 보인다는 거죠.

만원을 길에서 주었을 때의 기쁨 vs 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속상함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 이성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만원을 얻는 기쁨과 만원을 잃는 슬픔을 같다고 느껴야 하겠지만, 실제로 보통은 만원을 얻는 기쁨보다 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속상함을 더 크게 느낍니다.

100% 확률로 90만원 받기 vs 90% 확률로 100만원 받기

이 경우는 어떤가요? 당신은 어떤걸 골랐나요? 아마 많은 사람이 100% 확률로 90만원 받기를 골랐을 겁니다. 두 경우는 기대값이 90만원으로 같습니다. (확률 x 금액) 합리적,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두 경우는 같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설문조사를 해보면 50대 50으로 같은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현실은 다르죠.

기대값을 계산해보면 1억 vs 5억으로 5배 차이가 나는데도 100% 확률로 1억 받기를 고르는 사람이 더 많네요.

아, 불확실한 큰 이득보다는 좀 적더라도 확실한 이득을 택하는게 합리적이라고요? 그럼 이 경우는 어때요?

100% 확률로 90만원 잃기 vs 90% 확률로 100만원 잃기

이 경우에는 어떻게든 확정 손실을 피해보려고 10%의 확률에 걸어보고 싶지 않나요?

1. 손실 회피

전망 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손실 회피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같은 크기의 돈이라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낍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실의 고통을 이익의 기쁨보다 약 2배에서 2.5배 정도 더 아프게 느낀다고 해요.

이런 심리 때문에 우리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비합리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할 때 이익이 난 주식은 "조금 더 오를까?"하는 기대감에 금방 팔아버리지만, 손실이 난 주식은 "언젠간 오르겠지"라며 손절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는 '존버' 현상도 바로 이 손실 회피 성향으로 설명할 수 있죠. "본전만 찾자"는 마음, 다들 한 번쯤은 느껴보셨죠?

2. 준거점(Reference Point)과 가치 함수(Value Function)

전망 이론에서는 우리의 선택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점을 준거점(Reference point)라고 해요. 우리는 지금 결정을 하니까 준거점은 보통 현재 나의 상태가 됩니다.

먼저 이익을 보고 있을 때를 보죠. 이익이 커질수록 우리가 느끼는 만족감의 증가 폭은 점점 줄어듭니다. (가치 함수) 예를 들어, 10만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과 20만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은 2배 차이가 나지 않죠. 10만원의 추가 이익이 주는 만족감은 처음 10만원이 줬던 만족감보다 덜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확실한 이익 앞에서는 더 큰 이익을 위한 모험을 피하려는 경향, 즉 위험 회피적 성향을 보입니다. "100% 확률로 90만원 받기"를 선호하는 이유죠.

반대로 손실을 보고 있을 때는 어떨까요? 손실이 커질수록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증가 폭도 점점 줄어듭니다. 10만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과 20만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2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확실한 손실 앞에서는 어떻게든 그 손실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위험 추구적 성향을 보입니다. "90% 확률로 100만원 잃기"라는 도박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그래프로 그리면 이렇게 됩니다. 1사분면을 보면 5달러 이익은 18 정도로 즐거워 하는 것 같네요. 3사분면을 볼까요? 같은 5달러지만 손실이라면 40 정도로 슬퍼하네요. (손실 회피, 같은 금액이라도 손실에 더 슬퍼함) 다시 1사분면에서 5달러를 번 다음 이익이 10달러까지 늘어난 걸 볼까요? 이익은 2배가 되었는데 즐거움은 20정도로 약간만 상승했어요. 3사분면에서 10달러를 잃은 경우도 비슷하죠. 5달러에서는 40정도로 슬펐지만 2배를 잃어도 45 정도만 슬퍼합니다.

3. 확률 가중 함수 (Probability Weighting Function)

이건 사람이 확률을 볼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낮은 확률은 과대평가​: 실제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은 사건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매주 로또를 사며 1%의 기적을 꿈꾸죠. "혹시 내가?" 하는 마음이 바로 이것입니다.

높은 확률은 과소평가: 반대로 거의 확실하게 일어날 것 같은 사건의 확률은 실제보다 낮게 평가합니다. "99% 성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100%가 아니라는 점에 불안해하며 그 1%의 실패 가능성에 신경을 쓰게 되죠.

마케팅 전략

"지금 구매하시면 10% 할인!" vs "지금 구매하지 않으시면 10%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10%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하면, 지금 안사면 10%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손실 회피 성향을 자극해서 판매를 유도하는 전략이죠.

"무료 체험 후 결정하세요!"

무료 체험이더라도 일단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준거점의 변화), 그것을 잃는 것(서비스 해지)에 대한 손실감을 느끼게 되어 결제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보험 상품은 바로 낮은 확률의 큰 손실을 과대평가하는 우리의 심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식 투자의 어려움

주식 투자를 해보신 분이라면 위의 내용을 보면서 머리에 몇 몇 순간들이 떠올랐을 거에요. 왜 나는 칼같은 손절을 하지 못했나. 왜 나는 -5%에 눈물을 흘리다가 -50%가 되면 마취된 것 처럼 멍하게 쳐다보기만 했나. 1년 넘게 강제 존버해놓고 본전 오자마자 팔아버리고, 팔자마자 하늘로 날아가는 주가를 보며 어이 없었던 기억들.

손절은 손실을 100% 확정하는 행위라서 우리의 손실 회피 성향을 자극합니다. 게다가 이미 손실 구역에 진입했으니 우리의 준거점은 손실에 있죠. 손실 상황에서 위험 추구적 성향을 보이니 -10%에 손절하는 것보다 -50%까지 떨어지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혹시 모를 반등을 기다리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됩니다.

-5%같이 손실이 막 시작된 구간에서 우리는 가장 큰 고통을 느낍니다. 수익률이 0이었을 때 우리의 마음과 -5까지 떨어질때 우리의 마음은, 위에 제시된 S자 그래프를 보았을 때 엄청난 낙차를 그리며 추락하죠. 손실이 커지면 좀더 마음이 아프지만 처음만큼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느 순간이 넘어가면, "어차피 지금 손절해서 뭐해?", "기왕 이렇게 된거 반려 주식으로 삼지 뭐", "손자한테 물려주면 됨" 하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손실 영역의 가치 함수 그래프를 보면 이해가 가죠?

오랜 시간 물려 있던 주식이 드디어 내 평단가(본전)로 돌아왔을 때, 우리의 준거점은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이 됩니다. 간절히 바라던 '0'의 지점에 도달한 것이죠. 이제 우리는 이익의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이 영역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한다고 했죠? 바로 '위험 회피적'으로 변합니다. 혹시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미래의 더 큰 이익에 대한 기대감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일단 위험을 피해 확실한 제로 수익이라도 챙기자"는 마음에 서둘러 팔게 됩니다. 주가는 이미 상승 추세로 전환되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충분한데 말이죠. 내가 팔자마자 날아가는 주가를 보고 허탈했던 기억, 한번 쯤은 있으시죠?

결론

주식 투자는 어렵습니다.

인간의 심리에 반하여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합리적인 계산기가 아니라, 손실의 고통과 이익의 기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저울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심리적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투자의 큰 무기를 하나 얻는 셈입니다. 행동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세요. "내가 지금 존버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손실 회피 성향으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모두의 성공적인 투자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