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도 전문가가 있을까?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004081664


우리는 전문가를 신뢰합니다.

전문가는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죠.

오늘은 Youtube 영상을 하나 소개하면서 주식 전문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The Expert Myth - YouTube

위의 영상은 Veritasium이라고 하는 유명 채널의 영상으로 전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긴 하지만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문가의 능력

체스 마스터나 프로 바둑 기사들은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국이 끝난 후에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외워서 복기 하는 것은 물론이고, 눈을 가리고 대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신의 한수에서는 단색 바둑을 두면서 이런 프로 기사들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프로 기사들은 단색바둑 정도는 웃으면서 하네요.

하지만 과거에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특별하게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체스 마스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높은 IQ, 공간 추론 능력, 커다란 단기 기억 용량 같은 것들을 기대하고 연구를 진행했지만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 어떤 척도도 특출한 점이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체스 마스터가 어떤 점에서 뛰어난지 보여주는 실험이 하나 있었는데요.

1973년 윌리엄 체이스와 허버트 사이먼은 체스 선수 세 명을 모집했습니다.

마스터 한 명, 상급 아마추어인 A급 선수 한 명, 그리고 초보자 한 명이었죠.

그리고 체스판에 실제 경기 처럼 25개 정도의 기물을 놓고 각 선수에게 5초 동안 체스판을 보여줍니다.

이후 그들은 기억에 의존에 자신 앞에 그 배치를 복제해 나갑니다.

한 번 보고난 후의 결과는 체스 마스터는 16개, A급 선수는 8개, 초보자는 4개만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2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는 체스 경기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무작위 위치에 기물을 배열하고 다시 실험을 재개합니다.

2번째 실험의 결과는 체스 마스터, A급 선수, 초보자 모두 3개의 위치만을 기억해냅니다.

이 실험에서 보여주는 것은 체스 전문가는 기억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뇌가 체스 경기에 최적화 되어 있어 체스 판을 패턴으로 인식한다는 겁니다. 5초라는 짧은 시간안에 직관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거죠.

그렇다면 주식 전문가라면 주식 차트를 보고 이 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해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예상할 수 있을까요?

1만 시간의 법칙

전문가가 장기 기억을 개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한 적이 있죠.

이 영상에서는 단순히 1만 시간의 연습만으로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 외에도 추가적인 4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피드백이 동반되는 수많은 반복 시도

중요한 것은 수많은 반복 시도만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피드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정치학자 필립 테틀록은 무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언론인, 외교 전문가, 경제학자 등 정치 및 경제 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전문가 284명을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죠.

조지 부시는 재선될 것인가?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는 평화롭게 끝날 것인가?

닷컴 버블은 터질 것인가?

전문가들은 각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을 예측했고, 연구가 끝났을 때 테틀록의 손에는 82,361개의 방대한 예측 데이터가 쌓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고학력 전문가 집단의 예측 정확도는 모든 가능한 결과에 동일한 확률을 부여하는, 즉 무작위로 추측하는 것보다도 성과가 나빴습니다. 평생을 바쳐 특정 주제를 연구한 사람들의 예측이 '아무렇게나 찍는 것'보다도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조차 비전문가보다 월등히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문제는 전문가들이 예측해야 했던 사건 대부분이 '일회성'이라는 점에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처럼 드물게 일어나고, 매번 다른 환경에서 치러지는 사건들이었죠. 전문가들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사건을 여러 번 겪으며 자신의 예측을 수정하고 발전시킬 '피드백이 있는 반복적인 경험'이 없었습니다.

결국 피드백이 없는 반복적인 경험은 전문가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유효한 환경

카지노에서 룰렛 판에 돈을 거는 도박꾼은 같은 사건에 대해 수천 번의 반복적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돈을 따거나 잃는 명확한 피드백을 받습니다.

1만 시간이 지나면 이 도박꾼은 룰렛 전문가가 될까요?

아니겠죠.

룰렛이라는 환경은 유효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규칙성이 있는 환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룰렛은 무작위로 작동하니 학습될 규칙성이 없습니다.

영상에서는 워런 버핏과 헤지 펀드의 내기를 소개합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3975510286

이 내기에서는 주식의 전문가의 성과가 시장의 평균 수익률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특히 단기적으로는 유효성이 낮은 환경입니다.

주식의 피드백은 명확하고 즉각적이지만 유효성이 낮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고 해서 전문가가 될 수 없는거죠.

SPIVA라는 지수가 있습니다. S&P500 지수를 만드는 S&P에서 제공하는 지수로, S&P500을 이기는 펀드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수죠. 15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11.71%만 S&P500보다 높은 성과를 보여줍니다.

이 10%는 그럼 진짜 전문가일까요?

전부는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동전 던지기만 하더라도 낮은 확률이지만 10번 연속 앞면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무작위 확률만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거죠.

워런 버핏보다 수익률 높은 코인 투자자…정체는 햄스터?|동아일보

코인 투자하는 햄스터를 보세요. (RIP)

햄스터가 코인 전문가라서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죠?

물론 워런 버핏 같은 전문가가 실존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전문가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단기간의 가격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랜덤워크 가설

랜덤워크 가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랜덤워크 가설은 주식 시장의 가격이 랜덤 워크(가격 변동은 랜덤 )에 따라 진화하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금융 이론입니다. 제가 이 가설이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몇 가지 실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실험이 있습니다.

앞에는 빨간 버튼과 녹색 버튼이 있습니다.

80% 확률로 녹색 버튼에, 20% 확률로 빨간 버튼에 불이 들어옵니다.

단, 어떤 버튼에 불이 켜질지는 완전히 무작위입니다.

참가자의 임무는 간단합니다. 불이 켜질 버튼을 미리 눌러서 맞추는 것입니다.

쥐에게는 성공 보상(먹이)과 실패 페널티(가벼운 전기 충격)가 주어졌습니다.

쥐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아주 빠르게 최적의 전략을 찾아냈습니다. 그냥 녹색 버튼만 계속 누르는 겁니다. 이 전략으로 쥐는 안정적으로 80%의 승률을 확보했습니다.

반면, 인간은 달랐습니다.

사람들도 대부분 녹색 버튼을 눌렀지만, 이따금씩 "이번엔 빨간 불이 켜질 거야!"라고 예측하며 빨간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들은 무작위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 시스템을 이기려고 시도한 것이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인간 참가자들의 평균 정답률은 고작 68%에 그쳤습니다. 쥐보다도 훨씬 못한 성과를 낸 것입니다.

이 실험은 인간의 심리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평균적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규칙이 없는 무작위 속에서도 어떻게든 패턴을 찾아내려 애씁니다.

주식 시장에서 우리는 '대박'을 터뜨릴 빨간 버튼, 즉 급등할 개별 주식을 예측하려 합니다. 시장의 무작위적인 움직임 속에서 어떤 신호나 패턴을 발견했다고 믿으며 평균을 이기려 노력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실험이 보여주듯, 애초에 예측 가능한 패턴이 없는 곳에서 패턴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끔찍한 전략일 뿐입니다.

또 다른 실험을 하나 볼까요?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명저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의 저자인 버튼 G. 말킬은 학생들에게 50달러에서 시작하는 가상의 주식을 하나 제시했습니다. 이 주식의 다음 날 종가는 아주 간단한 규칙으로 정해졌습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주가는 0.5달러 상승 📈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오면: 주가는 0.5달러 하락 📉

매일같이 동전을 던져 주가를 기록하자, 그럴듯한 등락을 보이는 주가 그래프가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시기에는 상승하는 추세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하락하는 패턴처럼 보이기도 했죠.

말킬은 이렇게 만들어진 '완전히 무작위적인' 주가 차트를 들고 차트 분석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런 설명 없이 이 주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죠.

차트를 유심히 살피던 분석가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당장 이 주식을 사야 합니다!"

분석가는 동전 던지기로 만들어진 가짜 차트에서 의미 있는 상승 추세를 발견하고 '매수'를 강력하게 추천한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도 인간의 뇌는 무작위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어떻게든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식이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기업 분석을 통해서 저평가된 가치주를 발굴해서 장기적인 상승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트만 가지고 단기적인 가격 예측을 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거죠.

결론

이 영상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 피드백이 동반되는 수많은 반복 시도, 2) 유효한 환경으로, 주식 시장은 유효한 환경이 아니어서 차트 모양만 가지고 단기적인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이 가깝다는 이야기도 했죠. 체스 마스터가 기물이 놓여진 형세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다음 수를 예측하는 것처럼 주식의 전문가가 되어 차트를 보고 다음 가격을 예측해서 롱 숏을 발라먹는 전문가가 될 수는 없을겁니다.

물론 주식 시장에 전문가가 없다거나 주식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주식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한다는 전제하에 본인만의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진지하게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단기적으로 시장을 예측해서 롱숏을 발라먹겠다는 생각은 버리시길 권유합니다.

당신의 성공적인 투자를 기원합니다!

아, 전문가가 되기 위한 나머지 2개의 조건이 궁금하다면 영상을 한번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