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만들면 누가 쓰지?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011612396


재테크,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요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아직 스테이블코인이 뭔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이 뭔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코인은 알죠? 비트코인, 이더리움 뭐 기타 등등 많은 코인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stable 한 코인이라는 의미입니다. 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커서 투자 목적으로는 몰라도, 거래 목적으로는 적절하지 않죠. 그래서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 하는 논란도 있는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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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상품입니다. USDT, 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유명하죠. 이 코인은 한개의 가치가 1달러의 가치와 동등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거죠. 물론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테더 거래나 차익 거래같은 것으로 투자하거나 달러 환율이 오를 것 같을 때 환차익을 노린 투자는 할 수 있지만 가격이 오르는 것을 노리고 구매는 적절하지 않은거죠.

그럼 어떻게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을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단순한 것은 코인 발행사가 1달러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1코인을 발행하면 됩니다. 그럼 1코인을 발행사로 가져오면 1달러로 교환해줄 수 있으니까요. 20억개를 발행하려면? 20억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되겠죠.

얼마전에 상장한 써클이 이런 방식으로 USDC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USDT, 테더를 발행하는 회사도 있는데 이 회사는 조금 논란이 있긴 하지만 어쨋든 같은 방식으로 달러를 보유해서 안정적으로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는거죠.

지니어스법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법안으로 2025.07.17 미국 하원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정의, 이자 지급 금지, 규제 기관, 발행인 자격 조건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격과 능력이 있는 발행인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서 결제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법입니다. 이자 지급 금지는 무허가 예금업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된 부분으로, 시중 은행들의 로비로 추가된 부분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맡기면 이자를 주면 기존 시중 은행이 경쟁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

미국은 그럼 왜 법을 통과시키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는 걸까요?

원래는 스테이블코인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발권력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발권력은 큰 권한인데 이걸 중앙은행 외에 다른 기관에서 침범한다는 건 있을수 없는 일이죠. 게다가 정부에서 통화정책을 했을때 통제가 안되는 영역이 생길수도 있으니 좋을게 없습니다. 또한 스위프트망을 이용한 국제 송금에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루트가 생기면 경제 제재를 하기도 어렵죠.

이렇게 말 안들으면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퇴출해버려야 하는데, 스테이블코인으로 송금해버리면 경제 제재의 효과가 감소합니다.

미국 국채

미국은 빚이 많습니다.

GDP 대비 정부 부채가 124%로, 세계 4위죠.

부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25년 8월에 37,274,266백만 달러로 한화로 5경이 넘는 수준입니다. 연간 이자 비용만 1조 달러라고 하네요.

국채를 계속 발행해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쉽지 않은 이야기죠. 국채를 발행하면 누가 사줘야하잖아요. 그리고 사주는 애들이 일본, 중국 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거죠. 특히 중국이 "나 국채 팔아버린다??" 하고 협박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지난 3~4월 관세 문제로 시장이 한창 시끄러울때 미국 국채가격이 폭락했습니다. 관세 물린다고 하니까 중국에서 미국 국채를 팔아서 협박하는거 아니냐는 예상이 있었죠. (누가 판건지 명확하진 않지만 일본이 팔았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국채는 계속 찍어야겠고, 그렇다고 국채를 계속 찍어서 그걸 적국에다가 파니까 걔들이 나중에 국채 팔아버린다고 협박하고... 골치가 아픕니다.

그런데 이때 스테이블코인 업체가 나타납니다. 1코인을 발행할 때 1달러 어치의 국채를 보유하게 하면 되잖아요. 국채를 사줄 수요도 있고 정부에서 어느정도 규제도 가능하니 스테이블코인 업체를 키우는게 좋아보입니다.

달러 패권

달러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신뢰성있는 화폐이고 전세계 어딜가도 가치를 인정받고있죠. 그런데 이런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면 미국이 무역 수지 적자를 보면서 전세계에 달러를 뿌려야 합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미국이 외국에서 물건을 사오면서 달러를 줘야하죠. 미국으로 수출한 나라 입장에서는 물건을 팔고 달러를 받았으니 이 달러를 유통시켜야 합니다. 달러를 팔아서 자국통화로 확보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와의 거래를 위해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죠. 달러는 신뢰성 있는 화폐니까요.

그런데 트럼프 정부의 기조는 무역 적자를 개선하고, 관세 장벽을 세우고, 리쇼어링으로 제조업을 회복하겠다는데 있습니다. 국가 부채에서 오는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하니 금리는 낮춰야겠고, 금리를 낮추자니 달러 유동성이 늘어나서 달러 가치는 줄어들죠. 외국에서 달러의 위치가 예전 같을 수 없습니다.

또한 페트로 달러라고 해서 석유는 달러로만 거래했었습니다. 석유는 어느 나라나 반드시 필요한 자원인데 사우디에서 이 석유를 달러로만 팔겠다고 한거죠. 자연히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달러 수요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 페트로달러 협정이 종료된겁니다. 달러의 위치가 줄어듭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 줄어드는 것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폐인 달러를 발권할 수 있는 권리는 곧 세계를 지배하는 것과 같거든요. 미국이 빚을 내서 달러를 발권하면 그 여파는 전세계에서 나눠서 부담합니다. 대출은 형이 받았는데 갚는건 온 가족이 나눠 갚아야 하는 상황인거죠.

이때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합니다.

지금도 자국 화폐가 약한 신흥국, 개도국들은 자국 화폐보다 달러를 더 높게 쳐줍니다. 개도국 해외여행가서 달러 암시장 같은건 듣거나 본적이 있죠? 왜 암시장이 생겼을까요? 달러가 워낙 귀하다보니 정부에서 달러를 통제하거든요.

쉽게 말하면 1달러가 1000원이 적정 시세인데 국가를 통해서 환전하면 1달러를 800원으로 바꿔줍니다. 국가에서 20% 정도는 떼고 주는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암시장이 생깁니다. 900원에 바꿔줘도 서로 이득이거든요.

예전에는 힘들게 달러를 구해서 썻다면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에 돈 벌러간 아빠가 고국에 달러로 송금해주면 국가가 수수료를 떼고 주지만 스테이블코인으로 보내면 바로 고국의 가족 암호화폐 지갑에 수수료 없이 들어가죠. 가족들은 굳이 스테이블코인을 자국 통화로 바꾸지도 않습니다. 이 나라는 마트에서도 자국 통화보다 스테이블코인을 더 좋아하거든요.

이런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자국 통화의 힘이 점점 약해집니다. 그리고 달러의 힘은 점점 강해지죠. 자국 통화를 발권하기도 힘들고 금리를 조절해서 시장을 조작할 수도 없습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돈이 자국 통화가 아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니까요.

기업과 개인

기업의 경우는 어떨까요? 돈을 받으려면 카드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카드사를 통해서 돈을 받으면 카드사에 수수료를 떼어줘야 하죠. 게다가 고객의 정보도 카드사가 가져갑니다. 거래대금 정신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받으면 카드사에 주는 수수료도 없고 돈도 바로 바로 들어옵니다. 고객의 정보도 확보하기 좋으니 좋죠. 게다가 글로벌 대기업들은 해외에서도 결제가 많이 일어나는데 스테이블코인 망으로 결제한다면 국경이 없어지니 해외 진출도 훨씬 용이해질겁니다.

개인의 경우도 비슷하죠. 국가나 기업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돈을 관리한다는 점에서도 메리트가 있고 해외 송금을 할때에도 큰 메리트를 느낄겁니다. 해외여행을 갈때도 환전이 굳이 필요없겠죠.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전세계 어디서나 통할테니까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여기까지 읽었다면 미국 입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 배경은 이해가 갈겁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걱정도 이해가 가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도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면? 원화의 힘이 약해져서 국가의 발권력이나 시장 조작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한국의 금융 주권이 손상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면 누가 쓰나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우리나라에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는 얘기는 사실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으로만 거래를 하고 싶은 경우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두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대신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원화가 달러에 비해 약하다는 점입니다. 달러를 쓰고 싶은데 스테이블코인으로 만들어서 쓰기 편하게 해주니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있는거지 스테이블코인이기만 하면 원화여도 좋다는건 아니죠.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달러 기반”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져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줄어들지 굉장히 회의적”

한은 이창용 총재도 비슷한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하는 주체들은 운영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당연히 하고 싶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으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아마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더라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천천히 진행되지 않을까 싶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