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저축이 아니라 '비용'입니다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042263672

오늘은 보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보험 상품 하나 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험이라는 상품의 본질에 대해 알아보죠.
보험은 내기
보험은 보험사와 내가 '특정한 위험(사고, 질병)'이 발생할지 여부를 두고 돈을 거는 '내기'와 같습니다.
암보험을 생각해 볼까요? 내가 암보험에 가입하고 한달에 5만원씩 보험회사에 돈을 줍니다. 그러다가 암에 걸리면 암 진단비 5천만원을 받습니다.
이건 내가 암에 걸릴지 보험회사랑 내기를 한거죠. 암에 걸리면 이기는 겁니다. 한달에 5만원씩 낸 돈 보다 훨씬 큰 돈을 받습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암에 안걸리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이깁니다. 나한테 한달에 5만원씩 꼬박꼬박 받은 돈을 안돌려줘도 되니까요.
결국 이것이 보험의 전부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예측 불가능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료'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위험을 보험사에 떠넘기는(헤지, Hedge) 것입니다.
가장 비싼 내기: 종신보험
보험 상품 중 가장 논란이 많고, 가장 비싼 상품이 바로 종신보험입니다. 종신보험은 '사망'을 걸고 하는 내기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시죠.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습니다. 즉, 이 내기는 언젠가 반드시 내가 이기고 보험사가 지게 되어있는 게임입니다.
보험사가 100% 지는 게임에 순순히 돈을 내줄 리가 없겠죠? 그래서 보험사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높은 수수료와 사업비를 보험료에 포함시킵니다. 사실상 우리가 내는 돈의 상당 부분이 '위험 보장'과 무관한 비용으로, 결국 보험회사의 수익으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물론, 내가 갑자기 사망했을 때 남겨질 가족(배우자, 어린 자녀)의 생계를 위한 안전장치로서 종신보험의 필요성은 존재합니다. 가장의 소득 중단을 대비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사회초년생이나 미혼인 사람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매달 비싼 돈을 낭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 + 저축 기능'을 결합해 마치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상품인 것처럼 유혹합니다. 그런데 돈이 모으고 싶으면 원금을 보장하는데다가 이자도 주는 은행이 있는데 왜 보험회사에 가져다 주나요? 보험료는 비용입니다. 비용과 저축을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축이 하고 싶으면 은행에 하세요.
종신보험의 교묘한 진화: CI보험
소비자들이 종신보험의 문제점을 깨닫고 가입을 꺼리기 시작하자, 보험사들은 CI(Critical Illness, 중대한 질병)보험이라는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종신보험은 죽어야만 돈이 나오지만, CI보험은 살아있을 때 '중대한 질병'에 걸리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습니다!"
매우 솔깃한 제안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존재합니다. CI보험의 기본 구조는 종신보험입니다. 따라서 종신보험의 비싼 수수료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선지급'이라는 옵션 비용이 추가되어 보험료는 오히려 더 비싸집니다.
더 큰 문제는 '중대한 질병'의 기준이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약관을 자세히 뜯어보면, 암의 경우에도 초기 암은 보장되지 않거나, 뇌졸중의 경우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이 남아야 하는 등 사실상 '죽음에 준하는 상태'가 되어야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고객은 아파서 힘든데, 보험사는 약관의 글자 하나하나를 따지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명분을 찾는 것이죠.
변액보험
변액보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건 변액, 그러니까 내가 지급받는 보험금의 액수가 변한다는거죠. 주식이나 채권같은 상품에 투자해서 돈을 불린다음에 돈이 불려진 만큼을 보험금으로 지급해주는 상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아까부터 보험은 비용이라고 했는데, 그런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상품입니다.
변액보험의 장점은 10년간 유지했을 때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겁니다. 수익이 나면 15.4%의 세금을 떼기도 하고 수익이 많으면 금융 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세금을 안내는 상품이라고 하면 솔깃해지죠.
그런데 세금은 수익에서만 떼갑니다. 변액보험의 문제는 원금에서 사업비를 떼간다는 겁니다. 그것도 많이요.
100만원을 투자해서 10% 수익이 나면 수익금인 10만원에 세금 15.4%로 1.54만원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100만원을 변액보험에 투자하면 사업비로 우선 10%를 떼가고 90만원만 실제 투자합니다. 똑같이 10% 수익이 나더라도 원금도 안되죠. 나라에 1.54만원 세금 내기 vs 보험회사에 10만원 사업비 내기 인데, 차라리 세금이 낫죠?
그리고 ISA나 연금같이 절세혜택이 있는 계좌도 있기 때문에 실제 15.4%를 다 내는 일도 많지 않을겁니다.
보험은 내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접근해야지, 이걸로 돈을 벌려고 하면 안됩니다.
암보험
그렇다면 모든 보험이 나쁜 것일까요? 아닙니다. 암보험처럼 특정 위험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은 분명 필요합니다. 단, 가입 전에 '이 보험에 가입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암 치료비' 때문에 암보험에 가입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매우 잘 되어 있어, 중증질환의 경우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해 줍니다. 물론 비급여 항목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단지 치료비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말 대비해야 할 위험은 '암 진단 후 치료를 받느라 경제 활동을 중단하게 되어 발생하는 소득 단절'입니다. 한창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할 나이에 몇 년간 수입이 끊기는 것이 더 큰 재정적 위기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암보험을 설계한다면 어떨까요?
100세 만기: 나이가 들수록 암 발병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므로 보험료가 매우 비쌉니다.
60세 만기: 한창 경제 활동을 하는 나이까지만 보장받는 조건입니다. 60세 이전 암 발병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보험료가 훨씬 저렴합니다.
내가 한창 일해야 할 나이까지만, 예를 들어 60세 만기로 저렴하게 암보험에 가입하고 만약 60세 이전에 암에 걸린다면,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한 암보험에서 진단금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하면 됩니다.
60세 이후에 암에 걸린다면, 그때까지 차곡차곡 모아둔 내 돈으로 치료받으면 됩니다.
위험이 발생할 확률이 낮을수록 위험을 헤지하는 비용(보험료)은 저렴해집니다. 굳이 비싼 돈을 내며 100세 만기, 종신으로 보장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 돈은 보험사가 아닌 내 통장에 있어야 합니다.
결론
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비용'이다.
저축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안된다.
목적이 불분명한 종신보험, CI보험, 변액보험은 내 돈을 녹이는 주범일 수 있다.
보장성 보험은 내가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의 '소득 단절' 위험을 막는 데 집중하라.
사족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그렇다고 지금 가지고 있는 보험을 다 해약해야 한다거나, 어떤 보험도 들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내가 대비하고자 하는 위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생각해보고 최소한의 합리적인 비용만 지출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인거죠.
100세 만기 암보험을 가입해서 계속 갱신해나가면서 비싼 보험료를 지출한다음에 95세에 암에 걸려서 보험료를 받은 김 할머니와 60세 만기로 암보험을 가입해서 근로 소득 중단의 위험만 저렴하게 헤지하고 95세에 암에 걸려서 보험료는 못 받았지만, 그 동안 착실하게 돈을 모아온 김 할아버지 중에 누가 더 나은 선택을 했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사족 2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회사 입니다. 처음부터 보험회사였던 것은 아니긴 하지만요.
보험회사는 최고의 레버리지 수단입니다. 돈을 빌리면 이자를 줘야 하지만 보험회사를 차리면 고객들이 나에게 돈을 계속 줍니다. 내가 돈을 빌렸는데 이자를 주는게 아니라, 사업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뗄 수 있습니다. 그걸로 투자 잘해서 성과를 많이 내면 이득은 다 내거죠. 가끔 고객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면 돈을 조금 돌려주긴 해야하지만, 애초에 보험 상품은 전체적으로는 보험회사에 이득이 되도록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카지노를 생각해보세요.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확률적으로 반복되면 반드시 카지노가 이득인 구조입니다. 보험회사도 마찬가지죠.
어쨋든 투자의 대가가 레버리지의 수단으로 활용한게 보험회사인 것만 봐도 보험회사가 얼마나 이득인지 알수 있죠? 굳이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회사들입니다.
그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