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보다는 손익비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058552244


투자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많은 분이 '승률'에 집착합니다. 10번 거래해서 8번 이기는 전략이 10번 거래해서 5번 이기는 전략보다 무조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인간의 본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틀리는 것'보다 '맞히는 것'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승률이 90%에 달하는 전략도 당신의 계좌를 파산시킬 수 있고, 승률이 30%에 불과한 전략이 오히려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 열쇠가 바로 '손익비'입니다.

손익비

손익비는 '평균 수익'을 '평균 손실'로 나눈 값입니다. 즉, 이길 때는 얼마를 벌고, 질 때는 얼마를 잃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장기적인 투자 성패는 승률과 손익비의 조합인 '기대값'에 의해 결정됩니다. 기대값은 (승률 x 평균 수익) - (패배율 x 평균 손실)로 계산되며, 이 값이 0보다 커야만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전략은 승률이 90%에 달하지만, 이길 때는 10만 원을 벌고 질 때는 100만 원을 잃습니다. 10번 거래하면 9번 이겨 90만 원을 벌지만, 1번 져서 100만 원을 잃으니 총손익은 -10만 원입니다. 기대값이 음수인 것입니다.

반면 B라는 전략은 승률이 30%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길 때는 300만 원을 벌고, 질 때는 100만 원을 잃습니다. 10번 거래하면 3번 이겨 900만 원을 벌고, 7번 져서 700만 원을 잃으니 총손익은 +200만 원입니다.

압도적인 승률의 A는 돈을 잃고, 처참한 승률의 B는 돈을 법니다. 이것이 바로 손익비가 승률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얼마나 자주 맞히는가'가 아니라, '​손절은 짧게, 익절은 길게'라는 격언처럼 손익비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켈리 공식

그렇다면 기대값이 0보다 큰 전략을 찾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다음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전략에 내 총자본의 몇 퍼센트를 투입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수학적 해답이 바로 '켈리 공식'입니다. 켈리 공식은 장기적인 복리 수익률을 최대화하는 최적의 베팅 비율(포지션 규모)을 계산해 줍니다. 가장 일반적인 켈리 공식은 f = W - (1-W)/R 입니다. 여기서 f는 최적 베팅 비율, W는 승률, R은 손익비입니다.

앞서 예시로 든 B 전략(승률 0.3, 손익비 3)을 켈리 공식에 대입하면, f = 0.3 - (1-0.3)/3 = 0.3 - 0.233 = 0.067, 즉 6.7%라는 값이 나옵니다. 장기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매 거래에 총자본의 6.7%를 투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기대값이 음수인 A 전략(승률 0.9, 손익비 0.1)을 대입하면 f = 0.9 - (1-0.9)/0.1 = 0.9 - 1 = -0.1, 즉 음수가 나옵니다. 이는 1원도 투자해서는 안 되는 전략임을 수학이 증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켈리 공식은 '탐욕의 공식'이라는 별명처럼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첫째, 켈리 공식은 '최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엄청난 변동성과 자본금 하락(MDD)을 유발합니다. 이론상 최적일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겪는 공포를 인간의 심리가 견디지 못하고 파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둘째, 공식에 입력되는 승률과 손익비는 '과거 데이터'일 뿐입니다. 만약 과거보다 성과가 조금이라도 나빠진다면, 켈리 공식은 오히려 파산을 앞당기는 독이 됩니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는 계산된 값의 절반만 베팅하는 '하프 켈리' 전략이 훨씬 안정적이고 현명한 대안으로 여겨집니다.

적립식 투자

마지막으로, 이 모든 개념을 '적립식 투자(DCA)'에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트레이딩 기반의 승률, 손익비, 켈리 공식은 적립식 투자에 적용하기 어렵고 무의미합니다. 두 전략의 철학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트레이딩은 '진입'과 '청산'이 하나의 닫힌 거래를 이루고, '손절'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는 정해진 청산 시점 없이 '진입'만 계속하며, '손절'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격 하락은 손절 시점이 아니라,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절호의 '추가 매수 기회'가 됩니다.

따라서 적립식 투자의 성과는 승률로 측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전략의 성과는 '총 투입 원금 대비 총 평가금액(총 수익률)', '연평균 수익률(CAGR)'로 평가해야 합니다. 또한, 적립식 투자에서 '위험(Risk)'은 켈리 공식의 베팅 규모가 아니라, 투자 기간 중 고점 대비 최대 하락 폭을 의미하는 '최대 낙폭(MDD)', '변동성'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즉, 적립식 투자의 손익비 분석이란 "내가 기대하는 연평균 10%의 수익(Reward)을 위해, 그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50%의 최대 낙폭(Risk)을 감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전략과 철학에 맞는 올바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투자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결론

그렇다면 투자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자신의 투자 철학과 전략적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은 시장의 등락을 견디며 10년, 20년을 바라보고 꾸준히 자산을 쌓아가는 '적립식 투자자'인가요, 아니면 시장의 비효율성을 포착해 통계적 우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인가요?

만약 트레이더의 길을 선택했다면, 그 순간부터 느낌이나 희망에 기댄 투자는 지양해야 합니다. 당신의 전략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증명하는 '승률'과 '손익비'를 과거 데이터를 통해 냉정하게 계산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켈리 공식이나 하프 켈리와 같은 자금 관리 기법을 적용하여, 매 거래에 감당 가능한 '적절한 베팅 비율'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전문 트레이더와 파산하는 아마추어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일 것입니다.

트레이더라면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의 승률과 손익비는 얼마인가?" 만약 이 질문에 즉시 답할 수 없거나, 그저 '감'에 의존해 "이번에는 왠지 오를 것 같아서"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트레이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박'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전략을 숫자로 증명할 수 없다면, 적극적인 트레이딩을 멈추고 차라리 시장 전체를 꾸준히 사 모으는 적립식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일 수 있습니다.

투자는 운이 아닌, 철저한 통계와 자기 관리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