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은 제로섬 게임인가?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066645302

우리는 모두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번다'는 것에는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과 함께 성장하며 이익을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을 '이겨서' 추가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전자는 '베타(Beta)'라고 부르고 후자를 '알파(Alpha)'라고 부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 매력적인 '알파'를 좇지만, 이 알파 추구 행위의 본질에 대해 조금 냉정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과연 주식 시장은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이익이 누군가의 손실로 직결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일까요?
주식 시장 '전체'는 장기적으로 포지티브섬 게임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파'라고 부르는, 즉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을 추구하는 게임은 명백한 제로섬 게임입니다.
포지티브섬 게임
먼저, 시장 전체가 포지티브섬 게임인 이유부터 살펴보죠.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이익을 창출합니다. 이 이익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혹은 재투자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입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기업들의 가치 총합, 즉 시장의 '전체 파이'는 커집니다. 우리가 S&P 500이나 코스피 200 같은 시장 지수에 장기 투자한다면, 우리는 이 커지는 파이에 함께 올라타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모든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함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베타(Beta)', 즉 시장 수익입니다.
하지만 '알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알파는 시장 평균 수익률(베타)을 '초과'한 수익으로 정의됩니다. 모든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다 모아 평균을 내면 정확히 시장 평균 수익률이 나옵니다. 이는 곧, 모든 투자자가 얻은 알파의 총합은 수학적으로 정확히 '0'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제로섬 게임
만약 제가 시장보다 1% 더 높은 수익, 즉 1%의 알파를 얻었다면, 이는 시장 어딘가에서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시장보다 1% 낮은 수익, 즉 -1%의 알파를 기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저의 초과 수익은 허공에서 창출된 것이 아니라, 시장의 다른 참여자로부터 가져온 것입니다.
이는 한 투자자가 "나는 알파를 찾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는 다른 투자자의 실수를 이용해 이익을 얻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실수'란 무엇일까요? 공포에 휩쓸려 주식을 너무 싸게 던졌거나, 탐욕에 눈이 멀어 너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거나, 혹은 정보가 부족했거나, 분석 모델이 틀렸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형태가 어떻든, 나의 알파는 타인의 실수 혹은 비효율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알파 게임이 '제로섬'인 이유입니다.
네가티브 섬 게임
사실, 현실은 제로섬보다 더 가혹합니다. 알파를 추구하는 게임은 실제로는 '네거티브섬(Negative-Sum)' 게임입니다.
왜일까요? 바로 '비용' 때문입니다. 시장을 이기기 위한 이 치열한 경쟁에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됩니다. 시장보다 더 나은 정보를 얻기 위한 리서치 비용, 더 빠른 결정을 위한 고성능 컴퓨터, 잦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세금, 그리고 유능한 펀드 매니저에게 지불하는 높은 연봉과 성과 보수까지.
모든 참여자의 알파 총합 '0'에서 이 모든 '비용'을 빼고 나면, 알파 게임에 참여한 모든 투자자들의 최종 순익 합계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왜 그토록 많은 액티브 펀드들이 장기적으로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이기기 어려운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액티브 펀드는 제로섬을 넘어 네거티브섬 게임에서 이겨야 하거든요.
알파를 찾아서
그렇다면 알파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분명 누군가는 이 게임에서 이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내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싸움에 나서기 전 경쟁 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나의 알파를 빼앗기 위해 싸우는 상대는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펀드 매니저들, 월스트리트의 퀀트 펀드, 그리고 인간의 반응 속도를 초월한 고빈도 매매(HFT) 알고리즘입니다.
'똑똑한 펀드 매니저'라 불리는 기관 투자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무기로 사용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보는 공시자료나 뉴스만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업의 CEO, CFO와 직접 만나 비공개 기업설명회(IR)를 가집니다. 특정 산업 분야만 10년 이상 파고든 전문 애널리스트 팀을 운영하며,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유료 리서치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이것이 그들의 '본업'입니다.
'퀀트 펀드'는 금융 전공자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물리학, 수학, 컴퓨터 공학 박사(Ph.D.) 집단입니다.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대안 데이터(Alternative Data)'를 삽니다. 예를 들어, 특정 마트 체인의 분기 실적을 예측하기 위해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수를 위성 사진으로 분석하고,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구매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매출을 추정합니다. 이들은 인간의 눈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미세한 통계적 패턴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24시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상대는 '고빈도 매매(HFT)' 알고리즘입니다. 이들의 경쟁 단위는 '초'가 아니라 '마이크로초'(100만 분의 1초)입니다. 인간의 눈 깜빡임(약 0.3초)은 이들에게 영원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속도를 얻을까요? 거래소(KRX나 NYSE)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거래 체결이 이루어지는 메인 서버 바로 옆 '같은 랙'에 자신들의 주문 서버를 설치합니다. 이를 '코로케이션(Co-location)'이라 부릅니다. 단 0.001초라도 더 빨리 주문을 넣기 위해서입니다. 시카고와 뉴욕 간의 통신 속도를 광케이블보다 단 몇 밀리초(1,000분의 1초) 줄이기 위해 수천억을 들여 마이크로웨이브 전용망을 구축하는 집단이 바로 이들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알파 게임'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들에 비해 시장에 투자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금융과 수학에 대한 지식이 적으며, 투입할 수 있는 돈과 장비의 성능 모든 면에서 뒤처집니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말하자면, '알파를 찾겠다'는 목표로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실수와 행동 편향이, 바로 저 전문 투자자들이 알파를 확보하는 핵심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
투자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가? 경제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베타'라는 포지티브섬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모든 천재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알파'라는 제로섬 게임에 뛰어들 것인가?
알파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게임의 본질이 '제로섬'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피할 수 없는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투자자가 가져야 할 첫 번째 통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