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이것' 모르고 사면 위험합니다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073297505

요즘은 ETF가 투자의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약 900여 종의 ETF가 상장되어있고 2025년에 신규 상장된 ETF도 130개가 넘습니다.
특히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테마 ETF'는 큰 인기를 끕니다. 'AI', '메타버스', '친환경', '우주 산업' 등 미래를 바꿀 것 같은 매력적인 키워드를 달고 있죠.
그러면서 많은 투자자가 ETF라는 말에 신뢰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 '패시브(Passive)'는 '시장'을 수동적으로 추종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S&P 500'이나 '나스닥 100'을 추종하는 우량한 상품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패시브 ETF는 그저 '정해진 규칙(기초지수)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펀드'일 뿐입니다. 그 '규칙'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거나 이상하다면, ETF 역시 그 이상한 규칙을 따르는 이상한 상품이 되는거죠.
ETF는 '그릇', 기초지수는 '내용물'
ETF는 그 자체로 좋고 나쁜 것이 아닙니다. ETF는 특정 '지수(Index)'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그릇이나 포장지 입니다.
그래서 S&P 500 지수나 나스닥 100 지수 같은'우량한 내용물'을 담으면, VOO나 SPY, QQQ 같은 훌륭한 패시브 ETF가 됩니다.
하지만 '근본 없는 이상한 지수'를 추종하는 '의심스러운 내용물'을 담으면, 그 ETF 역시 이상한 상품이 됩니다.
문제는 수많은 테마 ETF가 후자에 속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상한 '지수'

ETF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정 테마 ETF가 새로 시장에 출시되면 그 테마의 고점 신호라는 거죠.

공중파 방송에 나오면 밈 사망 선고라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기본적으로 ETF가 나오려면 그 ETF가 추종하는 지수를 개발해야 하는데, 돈이 되는 인기 ETF를 만들기 위해 한창 시장에 핫한 테마를 상품으로 만들게 되는거죠. 지수를 만들고 ETF를 출시하는데 한두 달은 걸리니, 이미 그 테마에서 벌 사람은 다 벌고 ETF로 출시되어 신규 투자하는 사람들은 상투를 잡는 경우가 많다는겁니다.
이런 테마 ETF의 특징중 하나는 '키워드' 기반이라는 거죠. 특정 테마(예: AI)가 유행하면, 지수 사업자들은 서둘러 관련 지수를 만들어냅니다.
지수를 만들 때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성장성이 아닌, "사업 보고서나 뉴스 기사에 'AI'라는 단어가 몇 번 등장했는가?"와 같은 키워드 빈도수를 기준으로 종목을 편입합니다.
결국 실제 AI 기술력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마케팅을 위해 'AI'를 언급한 기업들까지 지수에 편입될 수 있습니다. 이는 '테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에 투자하는 셈입니다.

예를들어 이런 상품을 볼까요?
iSelect 미국AI소프트웨어 TOP10 지수 (Price Return) 라는 지수를 추종합니다. iSelect는 NH투자증권에서 만들어서 발표하는 지수의 브랜드 명입니다.
상품설명서를 보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수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써있지만 결국 AI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키워드를 선정해서 공시자료, 뉴스 기사에서 해당 키워드 많이 나오는 종목 10개 골랐다는거죠.
나름대로 정량화를 하기는 하지만, 뉴스나 공시 자료에 관련 키워드가 많이 언급되는 종목이 앞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재무제표 분석으로 기업의 펀더멘탈을 분석하고 "이 회사는 안정적인 재정과 현금 흐름을 가지고 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돈을 잘 벌어서 주가가 오를거야" 라는 논리와 "이 회사는 뉴스에 많이 나왔으니까, 사업보고서에 AI 관련 사업 한다고 써놨으니까 주가가 오를거야" 라는 논리를 비교해보세요. 주가가 논리로 움직이는 영역은 아니지만 투자하기 전에 내 논리가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름만 '지수'
ACE 엔비디아채권혼합 ETF 같은 상품을 보면 Bloomberg Blended NVIDIA and Korean Bond Index 라는 지수를 추종합니다. 지수 이름만 보면 뭔가 멋진것 같지만 실제는 엔비디아 단일종목 30%에 한국 채권 70%를 섞은 상품입니다.

이런 이상한 상품이 출시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제한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ETF니까 뭔가 안정적일것 같고 투자 전략을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도한 '지수'
어떤 ETF는 특정 테마 지수가 소수의 '대장주'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수 구성 상위 1~2개 종목의 비중이 50%를 넘어가는 경우, 이는 사실상 ETF가 아니라 해당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의 ETF 규제에서는 한 종목의 비중이 30%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그 규제의 한도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만든 상품도 많습니다.


특정 테마의 TOP2나 TOP3 종목을 모아서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TOP5나 TOP10은 안되고 TOP3만 되는걸까요? 그저 최소 10종목을 담아야 하고 한 종목은 최대 30%를 넘을 수 없는 ETF의 규정 때문에 임의로 정해진 숫자일 뿐입니다.
압축된 포트폴리오가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높은 변동성을 감당해야 합니다.
'패시브'라는 말에 속지 마라
'액티브 펀드'는 펀드 매니저의 역량을 믿고 투자하는 것이라면, '패시브 ETF'는 그 기초지수의 방법론(Methodology)을 믿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ETF를 매수하기 전에, 펀드 매니저를 검증하듯 그 '지수'를 검증해야 합니다.
기초지수(Underlying Index)는 무엇인가?: 지수 이름과 지수를 산출하는 기관(S&P, MSCI, FTSE 등)을 확인합니다. 생소한 기관의 지수라면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지수 방법론(Methodology)은 합리적인가?: ETF 운용사 홈페이지나 투자설명서(Prospectus)에 반드시 명시되어 있습니다.
종목 선정 기준: 어떻게 해당 테마의 종목을 골라내는가? (키워드인가, 실제 매출같은 재무제표를 활용하는가?)
비중 결정 방식: 시가총액 가중인가, 동일 가중인가, 아니면 다른 이상한 방식인가?
상위 10개 구성 종목(Top 10 Holdings)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테마와 실제 구성 종목이 일치하는지,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이 과도하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결론
ETF는 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를 저렴한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테마 ETF'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일부 상품들은 '패시브'라는 탈을 쓴, 고비용의 투기적 상품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패시브 ETF'라는 말이 '생각 없이 투자해도 되는 안전한 상품'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저 '정해진 규칙을 따를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 규칙이 합리적인지, 나의 투자 철학과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투자자 본인의 몫입니다. '패시브 ETF'를 선택하는 당신의 '선택'만큼은 '액티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