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 베끼기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089805716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종목을 매수하고 있을까?
물론 우리는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100%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는 그들의 생각을 아주 투명하게, 그것도 매일매일 공개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액티브 ETF(Active ETF)입니다.
오늘은 액티브 ETF의 구성종목(PDF, Portfolio Deposit File)을 뜯어보며 펀드매니저의 운용 전략을 역추적하는 방법, 이른바 매니저의 의도를 훔쳐보는 투자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액티브 ETF의 규제
한국의 액티브 ETF는 몇 가지 규제가 있습니다. 이 규제는 펀드 매니저에게는 불편한 족쇄일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투명성 원칙: 매일 PDF 공개
일반적인 공모 펀드(Mutual Fund)에 가입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내가 가입한 펀드가 도대체 무엇을 들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분기별 운용보고서를 기다려야 하고, 그마저도 한 달 이상 지난 과거의 데이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시장의 일부 액티브 ETF들도 포트폴리오 공개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ETF 시장 규정은 다릅니다. 액티브 ETF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매일 아침 개장 전에 PDF(자산구성내역)를 100%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매니저가 어제 장 마감 직전에 몰래 담은 종목이라도 다음 날 아침이면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구조입니다. 즉, 정보의 시차(Time Lag)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매니저의 매매를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비교지수 설정 의무
모든 액티브 ETF는 반드시 기준이 되는 비교지수를 설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절대 수익을 추구합니다"라고 말하며 비교지수 없이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해당 액티브 ETF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매니저가 시장 대비 어떤 색깔을 내려는지를 명확한 기준점(패시브)과 비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상관계수 유지 의무
이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규제이자 액티브 ETF의 딜레마입니다. 한국의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70%)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패시브 ETF가 0.9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자유롭지만, 완전히 제멋대로 운용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 0.7이라는 숫자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매니저는 포트폴리오의 70% 정도는 시장 지수와 비슷하게 가져가면서, 나머지 30%의 여유분(Active Share) 안에서 치열하게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액티브 ETF의 PDF를 그냥 보면 안 되는 이유
많은 투자자분이 ETF가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PDF(자산구성내역)를 조회합니다. 하지만 액티브 ETF의 PDF를 단순히 조회만 하는 것은 아무런 통찰력을 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타임폴리오 코스피 액티브 ETF의 PDF를 열어보면 무엇이 가장 많이 들어있을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비중도 압도적으로 높을 겁니다. 이걸 보고 "아, 이 매니저는 삼성전자를 좋게 보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지수와 상관계수 0.7을 유지해야 하는 ETF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담지 않으면 지수와의 괴리율(Tracking Error)이 너무 커지기 때문입니다. 즉, 좋아서 담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담아둔 기본 물량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교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진짜 정보는 차이(Spread)에 있다
펀드매니저의 진짜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해당 액티브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 혹은 그 지수를 정직하게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비교해야 합니다.
핵심은 액티브 비중에서 패시브 비중을 뺀 값, 즉 비중 차이(Spread)입니다.
이 차이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신호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첫째, 비중 확대(Overweight)입니다.
패시브 ETF(시장 지수)에는 삼성전자가 20% 들어있는데, 액티브 ETF에는 25%가 들어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서 중요한 건 25%라는 숫자가 아니라, 시장 평균보다 5%를 더 담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매니저가 지수 상승률보다 초과 수익(Alpha)을 내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종목입니다. 즉, 매니저의 확신이 담긴 종목입니다.
둘째, 비중 축소(Underweight)입니다.
반대로 시장 지수에는 5%가 포함된 종목인데 액티브 ETF에는 1%만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입니다. 이는 매니저가 해당 종목의 주가 흐름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여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입니다.
셋째, 고유 종목(Hidden Card)입니다.
지수에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는데 액티브 ETF에만 편입된 중소형주가 있다면? 이는 매니저가 발로 뛰어 발굴한 히든카드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적인 분석을 넘어 동적인 추적으로
한 시점의 PDF만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더 강력한 방법은 이 비중 차이의 변화를 시계열로 추적하는 것입니다.
어제까지는 시장 비중과 똑같이 들고 있던 종목을 오늘 갑자기 비중을 1% 늘렸다면? 이는 단순한 리밸런싱이 아니라 특정 호재나 모멘텀을 포착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꾸준히 비중을 늘려오던 종목을 갑자기 시장 비중 수준으로 줄였다면 차익 실현이나 손절매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론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시장을 이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그 결과물을 매일 아침 업데이트되는 PDF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 투자자에게 큰 무기입니다.
단순히 액티브 ETF에서 비중 높게 담고 있는 종목을 매수하는 식으로 투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그럴거면 그냥 수수료 내고 그 액티브 ETF를 사는게 낫죠.) 펀드 매니저가 어떤 종목을 매수했는지 보고 그 종목을 관심종목에 넣어서 분석한다면 개별 종목 투자의 승률을 올릴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이러한 분석을 매일 수작업으로 엑셀에서 하기는 매우 번거롭습니다. 파이썬을 이용해 관심 있는 액티브 ETF와 패시브 ETF의 비중 차이를 계산하면 한눈에 보기 편합니다.
이 파이썬 코드는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잘 동작하는데, 미국 주식등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pykrx에서 종목 코드를 잘 가져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ISIN의 일부만 가져오는 것 같네요. 이런 경우에는 엑셀에서 직접 비교하거나 AI의 도움을 받아야겠네요.


그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