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마트 베타의 배신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110223349


지난 1편에서 우리는 '시장(베타)'을 이기기 위한 전략인 스마트 베타와 6가지 팩터(Factor)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론대로라면 완벽합니다. 적자 기업 거르고, 돈 잘 버는 우량주 담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이라니. 이대로만 하면 워런 버핏 부럽지 않은 수익률을 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한국 상장 스마트 베타 ETF들의 지난 5년, 10년 차트를 열어본다면 아마 깊은 배신감을 느끼실 겁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시장 지수(KODEX 200)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한 성적표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PLUS 고배당주 (빨간색) vs Kodex 200 (파란색)

TIGER 우량가치 (빨간색) vs Kodex 200 (파란색)

KODEX 모멘텀Plus (빨간색) vs Kodex 200 (파란색)

KODEX 퀄리티Plus (빨간색) vs Kodex 200 (파란색)

TIGER 로우볼 (빨간색) vs Kodex 200 (파란색)

도대체 왜, 미국에서는 '노벨상' 까지 받았다는 훌륭한 전략들이 태평양만 건너오면 '마이너스상'을 받게 되는 걸까요?

1. 첫 번째 범인: '삼성전자'

한국 시장(KOSPI)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 한 종목이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20~30%를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지수가 한 종목에 집중되어 있으면 스마트 베타를 운용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스마트 베타의 딜레마: 스마트 베타는 특정 기준(팩터)에 따라 비중을 조절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Size 효과를 누리기 위한 '동일 가중(Equal Weight)' 전략이라면 삼성전자 비중을 1%로 확 줄여야 하죠.

현실적인 공포: 만약 펀드 매니저가 삼성전자 비중을 줄였는데, 삼성전자가 폭등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수는 오르는데 내 ETF만 수익률이 바닥을 깁니다. 스마트 베타는 베타, 그러니까 지수와 경쟁해서 조금 더 벌기 위해서 하는건데 지수에게 질 수 있다는 공포가 오죠.

결과: 결국 대부분의 한국형 스마트 베타 ETF들은 무늬만 스마트할 뿐, 실제로는 삼성전자 비중을 시장과 비슷하게(20%대) 채워 넣습니다.

2. 두 번째 범인: 밸류 트랩 (Value Trap)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치(Value) 투자의 핵심은 "저평가된 주식(저PBR/저PER)을 사서 제값을 받을 때 판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전략이 아주 잘 통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저평가 주식'은 다릅니다. 이들은 싼 이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형 가치주의 민낯: PBR이 0.3배인 주식이 있습니다. 장부상 가치의 30% 가격에 거래되니 엄청 싼 거죠? 하지만 뜯어보면 대주주가 배당을 안 주거나,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 물적분할을 하거나,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밸류 트랩(함정): 스마트 베타 알고리즘은 재무제표 숫자만 보고 종목을 선정하니 종목이 싼 이유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와! 싸다!" 하고 덥석 매수합니다. 하지만 그 주식은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계속 쌉니다. 아니, 더 싸집니다.

3. 세 번째 범인: 짧은 테마 장세와 '박스피'

"오르는 놈이 더 오른다"는 모멘텀(Momentum) 전략은 '긴 추세(Trend)'가 있을 때 빛을 발합니다. 미국처럼 빅테크가 10년씩 우상향하는 시장에서는 최고의 전략이죠.

하지만 한국 시장은 어떤가요? 우리는 '다이나믹 코리아'입니다.

냄비 같은 장세: 2차전지가 미친 듯이 오르다가 갑자기 초전도체가 뜨고, 그다음엔 바이오, 그다음엔 정치 테마주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주도 테마의 주기가 너무 짧습니다.

뒷북치는 알고리즘: 모멘텀 ETF가 "어? 이 섹터가 오르네?" 하고 종목을 교체(리밸런싱)할 때쯤이면, 이미 그 테마는 고점을 찍고 폭락 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휩소(Whipsaw, 거짓 신호에 속아 손실을 보는 현상)'에 당하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 베타 ETF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PLUS 고배당주 하나만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습니다. 퀄리티 같은 경우에는 처참합니다. 예금보다도 못해보이네요.

1. 스마트 베타, 팩터 투자는 '미국장'에서 하세요.

팩터 이론이 가장 정직하게 작동하는 곳은 미국입니다. 배당 성장을 원한다면 SCHD, 강력한 성장을 원한다면 VUG나 QQQ, 안정성을 원한다면 USMV를 사세요. 한국에 상장된 ETF 중에서도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예: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을 고르는 것이 낫습니다.

2. 한국장은 '섹터'나 '액티브'로 대응하세요

한국 시장에서 알파를 찾고 싶다면, 기계적인 스마트 베타보다는 차라리 사람의 판단이 들어간 '액티브 ETF'나, 주도 산업을 확실하게 찍는 '섹터 ETF(반도체, 2차전지, 방산 등)'가 유리합니다. 짧은 순환매와 시장 왜곡에 대응하기에는 알고리즘보다 사람의 직관이 더 빠를 때가 많으니까요.

이전에 한국의 액티브 ETF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한국은 미국에 비해 비효율적인 시장이라서 액티브 ETF가 미국 시장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단순한 팩터로 접근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시장일 수 있습니다.

또, 빠르게 변하는 순환매를 따라가려면 섹터 ETF가 나을 수 있겠습니다. 이전에 타임폴리오 글로벌탑픽액티브 ETF에 대해 이야기 했을때도 이 ETF의 리밸런싱을 보면서 섹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도 괜찮은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3. 희망 회로: '밸류업 프로그램'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피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배당 성향이 높아진다면, 그동안 빛을 못 봤던 한국의 '저평가 가치주'와 '배당주' 팩터들이 무섭게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음번에는 미국 시장의 스마트 베타 ETF 들을 살펴보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