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위험을 다시보기

📌 원문: https://m.blog.naver.com/hyunsoo-is-cute/224375337028


일반적으로 레버리지 ETF를 장기 보유하는 건 남에게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변동성이 크고, 운용보수와 스왑 이자 비용이 높고, 변동성 끌림(volatility decay) 때문에 횡보장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그런데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해서 시드가 작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레버리지 ETF를 조금 다르게 볼 여지도 있습니다.

적립식 투자는 한 번에 큰돈을 넣는 것보다 매수 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투자 초기에는 지금 가진 금융자산보다 앞으로 벌어서 투자할 돈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변동성을 포트폴리오 수익률로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내가 얼마를 잃을 수 있는지를 금액으로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CVaR: 나쁜 상황이 왔을 때의 '평균' 손실

CVaR(Conditional Value at Risk, 조건부 기대손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구간에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손실이 나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전략의 95% CVaR이 -50%라면, 하위 5%의 나쁜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약 50%의 손실이 난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지표인 VaR(Value at Risk)와 비교해서 보겠습니다.

지표

의미

한계

MDD

과거에 실제로 겪은 최대 낙폭 1개

단 한 번의 경로에서 나온 값. 다음 하락장이 그보다 얕다는 보장도, 깊다는 보장도 없음

95% VaR

하위 5%가 시작되는 '경계선' 수익률

경계선을 넘어간 뒤 얼마나 더 나빠지는지는 알려주지 않음

95% CVaR

그 경계선 너머 구간의 평균 손실

꼬리 구간 표본이 적어 추정 오차가 큼

레버리지 ETF처럼 꼬리가 두꺼운 자산에서는 이 차이가 큽니다. VaR가 -30%여도 그 아래 구간 평균이 -60%일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30% 정도"라고 이해하고 들어갔다가 실제로는 두 배를 잃는 겁니다. CVaR은 그 꼬리 안쪽을 평균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레버리지 자산에 더 적합합니다.

핵심은 시드 × CVaR

CVaR이 -50%라고 해서 이걸 "-50%? 미쳤다 ㄷㄷ"하고 끝낼 게 아니라, 이렇게 계산해보는 겁니다.

감당해야 할 손실금액 = 시드 × CVaR

시드가 1,000만 원이고 CVaR이 -50%라면 손실금액은 500만 원입니다.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1.7개월치입니다. 이 정도면 감당할 만하지 않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몇 달 월급 정도 날릴 각오 없이는 주식 투자를 권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TQQQ의 실제 CVaR은 얼마일까요? 2010년 2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조정주가로 직접 계산해보면 거치식 1년 CVaR은 -63.7%, 적립식은 -44.3%였습니다. 이 숫자를 그대로 금액으로 바꿔보겠습니다.

TQQQ 실측 CVaR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시드

적립식 1년 CVaR -44.3%

거치식 1년 CVaR -63.7%

역대 최악 1년 -81.0%

거치식 CVaR · 월급 300만 원 환산

1,000만 원

443만 원

637만 원

810만 원

2.1개월

3,000만 원

1,329만 원

1,911만 원

2,430만 원

6.4개월

5,000만 원

2,215만 원

3,185만 원

4,050만 원

10.6개월

1억 원

4,430만 원

6,370만 원

8,100만 원

21.2개월

2억 원

8,860만 원

1억 2,740만 원

1억 6,200만 원

42.5개월

같은 -63.7%인데 1,000만 원일 때는 "2달 월급"이고, 2억 원일 때는 "3년 6개월치 월급"입니다. 위험 감내도는 퍼센트가 아니라 금액에서 갈립니다. 적립식의 경우는 443만원, 8,860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왜 적립식 초기에는 여유가 생기는가

이유는 단순합니다. 투자 초기에는 지금 계좌에 있는 돈보다 앞으로 벌어서 넣을 돈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월 100만 원씩 30년(연 8% 가정) 적립한다고 하면, 평생 투입할 자금 중 현재 계좌에 들어와 있는 비중은 이렇습니다.

경과

현재 평가액

앞으로 넣을 돈(명목)

현재 평가액 비중

1년

1,243만 원

3억 4,800만 원

3.4%

3년

4,037만 원

3억 2,400만 원

11.1%

5년

7,294만 원

3억 원

19.6%

10년

1억 8,012만 원

2억 4,000만 원

42.9%

20년

5억 6,900만 원

1억 2,000만 원

82.6%

1년 차에 계좌가 반 토막 나도 잃는 금액은 약 620만 원이고, 앞으로 넣을 3억 4,800만 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이후 6년 넘게 싼 가격에 사게 됩니다.

반대로 20년 차에 반 토막이 나면 2억 8,000만 원이 사라지는데, 남은 납입 여력은 1억 2,000만 원뿐입니다. 회복을 위해 남은 시간도, 새로 넣을 돈도 부족합니다.

같은 -50%지만 완전히 다른 사건입니다. 레버리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럼 지금 내 레버리지 한도는 얼마인가

위 계산을 뒤집으면 실제로 쓸 수 있는 규칙이 나옵니다.

레버리지 자산 최대 비중 = 감당 가능한 손실금액 ÷ (시드 × |CVaR|)

예를 들어 "1년에 1,000만 원까지는 잃어도 생활과 멘탈이 버틴다"고 정했고, TQQQ의 실측 1년 CVaR인 -63.7%를 쓰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몇 퍼센트까지 TQQQ를 채울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드 2,000만 원: 1,000 ÷ (2,000 × 0.637) = 79% → 사실상 제한 없음

시드 5,000만 원: 1,000 ÷ (5,000 × 0.637) = 31%

시드 1억 원: 1,000 ÷ (10,000 × 0.637) = 16%

시드 3억 원: 1,000 ÷ (30,000 × 0.637) = 5%

감당 가능한 손실금액을 먼저 정하고, 시드가 커질 때마다 비중을 다시 계산해서 넘치는 만큼 덜어내는 겁니다. 감으로 "이제 좀 줄일까" 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감당 가능한 손실금액은 어떻게 정할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6개월치 생활비(비상금)는 계산에서 아예 빼둡니다. 이 돈은 투자 대상이 아닙니다.

3년 안에 쓸 돈(전세보증금, 결혼자금, 학비)도 뺍니다.

남은 금액 중에서 "이만큼 사라져도 다음 달에 다시 적립 버튼을 누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금액을 적습니다.

실직 가능성이 높거나 소득이 불안정하다면, 인적자본 자체가 이미 위험자산입니다. 한도를 크게 낮추는게 좋습니다.

TQQQ 적립식 백테스트

말로만 하면 감이 오지 않으니 실제 백테스트 숫자를 붙여봅시다. 초기자금 $10,000에 매월 $500씩 납입하고 TQQQ를 계속 보유한 적립식 Buy & Hold의 결과입니다. 기간은 2010년 2월 11일부터 2026년 7월 16일까지, 수수료 매수·매도 각각 0.1%를 반영했습니다.

지표

TQQQ 적립식 Buy & Hold

최종 평가액

$8,699,416

세후 XIRR

42.12%

MDD

-81.65%

연환산 변동성

61.15%

Sharpe

0.891

수익률만 보면 대단합니다. 그런데 MDD가 -81.65%입니다. 이 MDD는 contribution-adjusted NAV로 계산한 값이라서 적립의 효과는 제외된 값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매우 높은 손실이죠.

적립식 투자가 낙폭을 줄여주지 않습니다. 적립식은 매수 단가를 분산시킬 뿐, 이미 보유 중인 물량의 하락은 그대로 맞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 잔고가 커질수록 신규 납입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지고, 포트폴리오는 점점 거치식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니까 적립식의 완충 효과는 초기 몇 년 동안만 유효한 겁니다.

실제로 2021년 11월 고점에서 2022년 말까지 TQQQ는 -80% 넘게 하락했습니다. 이 구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렇습니다.

하락 직전 평가액

-81.65% 적용 시 남는 금액

사라지는 금액

월급 300만 원 기준

1,000만 원

184만 원

816만 원

2.7개월

5,000만 원

918만 원

4,083만 원

13.6개월

1억 원

1,835만 원

8,165만 원

27.2개월

3억 원

5,505만 원

2억 4,495만 원

81.7개월

같은 -81.65%인데 1,000만 원이면 "올해 여름휴가 못 가는" 수준이고, 3억 원이면 "7년치 월급이 증발하는" 사건입니다.

후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바닥에서 던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손절하는 순간, 위 백테스트의 수익률 42%는 내 것이 아니게 됩니다.

실측 CVaR: TQQQ는 1년에 얼마나 잃을 수 있었나

앞에서 말한 CVaR을 실제 가격으로 계산해봤습니다. 2010년 2월 11일부터 2026년 8월 4일까지 4,144거래일의 조정주가를 쓰고, 시작일을 하루씩 옮겨가며 겹치는 보유 구간을 모두 모은 분포입니다.

TQQQ 1년 롤링 수익률 분포와 VaR·CVaR

보유기간(거치식)

평균 수익률

5% VaR

5% CVaR

역대 최악

손실 확률

1개월

+4.3%

-22.6%

-31.7%

-69.0%

35.1%

1년

+54.5%

-48.2%

-63.7%

-81.0%

17.3%

3년

+209.5%

+5.0%

-6.5%

-30.2%

3.7%

5년

+527.8%

+108.8%

+79.0%

+31.7%

0.0%

1년 CVaR이 -63.7%라는 건 "운이 나쁜 해, 구체적으로 5%의 확률로 운이 나쁜 해를 만나면 평균적으로 돈이 3분의 1 토막만 남는다"는 뜻입니다. VaR가 -48.2%인데 CVaR은 -63.7%라는 점에 주목하세요.

경계선(VaR)만 보면 꼬리의 깊이를 15%포인트나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같은 계산을 적립식으로 다시 해봤습니다. 매월 첫 거래일 시가에 같은 금액을 넣고, 기간이 끝난 시점의 평가액을 총 납입금과 비교한 수익률입니다.

적립 기간

평균 수익률

5% VaR

5% CVaR

역대 최악(시작월)

손실 확률

1년(12회 납입)

+28.4%

-32.7%

-44.3%

-58.0% (2021년 7월)

17.6%

3년(36회 납입)

+97.4%

-16.2%

-28.3%

-47.9% (2020년 1월)

7.4%

5년(60회 납입)

+191.0%

+29.2%

+5.0%

-20.2% (2018년 1월)

2.2%

적립식은 1년 CVaR을 -63.7%에서 -44.3%로, 약 19%포인트 줄였습니다. 적립식 투자의 완충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거치식, 적립식에서 3년, 5년의 수익률입니다. TQQQ를 거치식으로 5년 투자하면 평균 수익률이 500%가 넘고 하위 5%의 재수없는 상황을 만나더라도 79%의 수익입니다. 역대 최악의 상황에서도 31.7% 수익이네요. 이건 TQQQ의 과거 수익이 너무 좋아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3년, 5년간 어떤 drawdown을 겪었는지는 생략된 이야기죠.

그래서 실제 계좌는 어떻게 될까

위의 적립식 계좌(초기 $10,000 + 월 $500)를 2010년부터 그대로 따라가면 2021~2022년 구간은 이렇게 됩니다.

항목

고점 (2021-11-19)

$5,147,088

저점 (2022-12-28)

$947,088

사라진 금액

$4,200,000 (-81.6%)

그때까지 넣은 누적 원금

$87,000

손실금액 ÷ 납입 원금

48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계좌가 누적 납입 원금 아래로 내려간 날은 16년 통틀어 단 13거래일이었고, 그것도 전부 2010년 초반이었습니다(최악 -10.1%). 2022년 바닥에서도 "원금은 안 깨졌다"는 뜻입니다.

그게 위로가 될까요? 한화로 약 67억 원이던 계좌가 12억 원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하면서 "그래도 원금 대비로는 플러스"라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은 원금 대비 수익률이 아니라 고점 대비 줄어든 금액으로 고통을 느낍니다. MDD를 우리가 중요하게 보는 이유, 시드가 커졌을 때 레버리지 사용의 규칙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이런데 있습니다.

이 방법의 한계

이 계산법을 만능으로 쓰면 안 됩니다. 짚어둘 것들이 있습니다.

CVaR은 과거 데이터에서 추정한 값입니다. 하위 5% 꼬리는 표본이 가장 적은 구간이라 추정 오차가 큽니다. 더군다나 이번 표본 기간(2010~2026)은 나스닥이 역사상 가장 강했던 15년입니다. 오죽하면 "5년 보유 손실 확률 0%, 최악도 +31.7%"라는 결과가 나오는 데이터입니다. 닷컴 붕괴나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위 CVaR은 낙관적으로 편향된 추정치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레버리지 ETF에는 이론상 -100%에 가까운 경로가 존재합니다. 3배 상품은 기초지수가 하루에 -33% 하락하면 원금이 거의 사라집니다. 과거 CVaR이 -70%라고 해서 -95%가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닷컴 버블을 생각해보면 TQQQ가 상폐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폐에 가까운 상황은 될 수 있습니다.

적립식 가정 자체가 인적자본에 대한 베팅입니다. "앞으로 30년간 월 100만 원을 넣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깨지면(실직, 질병, 육아휴직) 계산 전체가 무너집니다. 특히 IT·반도체 업종 종사자라면 본인 소득과 나스닥100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레버리지 ETF를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기보다, 감당 가능한 절대 손실금액 안에서 제한적으로 쓰는 것은 해볼 만합니다.

그 한도를 정하는 계산이 시드 × CVaR입니다. 수익률(%)이 아니라 금액(원)으로 환산해보세요.

시드가 커져서 시드 × CVaR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레버리지를 낮춰야 합니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정기점검입니다.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레버리지 ETF 자체가 안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초기에는 손실률이 커도 절대 손실금액이 작고 앞으로 투자할 자금이 많아서 감당할 여지가 있을 뿐입니다.

계산해보세요.

"나쁜 상황이 왔을 때 실제로 얼마를 잃게 되는가"

그럼 끝!